[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폭포의 여왕 2015.08.28_한국일보


폭포의 여왕·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ㆍ서애경 옮김 사계절 발행ㆍ48쪽ㆍ1만2,000원

노년의 삶은 쓸쓸하고 고독하다. 사회로부터는 소외되며, 경제적으로도 부담스런 존재일 수 있다. 암울한 노후를 불안 속에서 사느니, 차라리 남은 전 재산을 털어 세계여행이라도 해보는 상상은 어떨까? 최후에는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홀연히 몸을 던져버리는 상상도.

초현실주의적 그림책 작가로 알려진 미국의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오래 전에 잊혀 버린 한 여인의 용기를 그림책에 담았다. 1901년 늙고 가난한 한 여성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몸을 던진 사건이었다. 주인공 애니 에드슨 테일러는 일찍 남편을 잃고서 예절교육을 가르치며 살았는데 학교가 문을 닫게 되자 궁핍한 생활고에 빠졌다. 예순 두 살의 이 할머니는 어떻게 하면 명예와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나무통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타고 내려오는 황당무계한 모험을 계획한다. 애니는 일단 매니저를 고용해서 구경꾼들을 모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꼭 맞게 주문 제작한 나무통에 들어가 거대한 폭포를 향해 떠내려 가기 시작했다.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수많은 인파를 그린 장면은 마치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손발을 짜릿하게 만든다.

애니는 이 사건으로 일약 유명인이 되어 도시를 돌며 강연회를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니의 계획과는 달리 막상 그 용감한 여인이 볼품없는 늙은 여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금새 흥미를 잃고 돌아서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니저마저 나무통을 훔쳐 달아나고, 젊고 예쁜 여자를 ‘폭포의 여왕’으로 둔갑시켜 공연을 올리는 일도 발생했다. 결국, 애니는 폭포 근처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엽서와 책자를 팔며 근근이 말년을 보낸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한 노인의 에피소드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록 세상의 시선은 냉담하고 육체는 예전 같지 않아도, 인생에 맞설 용기와 도전정신을 지닌 심장은 여전히 젊고 싱싱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10년 후, 칠순이 넘은 애니는 말한다.

1901년 예순 두 살의 애니 에드슨 테일러는 나무통 속에 들어가 최초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넜다. 큰 돈을 버는 일엔 실패했지만 애니는

“그 일을 한 사람이 바로 나”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해했다.

사계절 제공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나무통에 들어가 폭포를 타넘은 사람에 대해 묻는다면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누구나 인정 할 거예요. 나는 ‘그 일을 한 사람이 바로 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해요.”

짧은 인생에서 한번쯤이라도 자신을 모두 내던져 해낸 일이 있었다면 결과가 어떻든 스스로에게 어찌 당당하지 않겠는가!

소윤경ㆍ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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