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아빠의 인생 _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_BABEE / JULY

September 1, 2013

<코끼리 아저씨와100개의 물방울> 문학동네 2012년 출간. 노인경 글.그림

아이는 아빠가 어디 갔냐고 물으면 그냥  회사에 갔다고 합니다. 아빠가 눈앞에 보이지 않을 때 아이는 그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아빠 코끼리가 자녀들에게 먹일 물을 가져가기 위해 겪는 사소한 여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표지를 넘기면 바로 책의 면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뭄으로 오아시스도 말라가고 작은 웅덩이의 물을 길러 수많은 코끼리들이 북적이고 있습니다. 마치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합니다. 주인공 코끼리 뚜띠도 네 명의 자녀들에게 먹일 물을 한 양동이 채우고 있네요. 그것은 100개의 물방울입니다. 굼뜨고 어리숙해 보이는 외모에 겁도 많고 실수투성이인 아빠 뚜띠는 잘나고 멋진 아빠는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맘씨는 좋아 개미들의 어려운 사정을 모른 채 지나치지 못하고 애써 길어온 물방울을 나눠 줍니다. 벌들에게 쫓기고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도 하는 사이 물방울을 하나 둘씩 흘리거나 새들이 물어 가기도 하지요.
결국 100였던 물방울이 남김없이 사라지고 아빠 뚜띠는 눈물을 흘립니다.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생각에 사막처럼 속이 타들어 갑니다. 그 순간 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쏟아져 내립니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코로 분수를 쏘는 뚜띠에겐 기적같은 환희의 순간이지요.  다시 100개의 물방울을 가득 채운 아빠는 기쁘게 아이들에게 돌아옵니다.
몹시 힘든 길이었지만 새끼 코끼리들이 물을 먹는 모습을 보면 독자들도 함께 기분이 흐뭇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면지에서 아빠는 아이들과 각자 한 양동이씩 물을 길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 면지 장면은 이 그림책에서 가장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예전의 우리 아버지처럼  가족들에게 소외되는 가장이 아니라 자신이 가는 길을 자녀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아빠의 모습인 것이지요.

 이 그림책은  최소단위의 사각형들과 점, 동그라미, 짧은 선들을 모아 형태를 만든 픽셀아트 기법을 이용해 감각적인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코끼리 뚜띠와 자전거를 빼면  모두 다양한  픽셀들이 모여 숲과 동물들의 형태를 이루고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듯 웃는 사각형이나 작은 점들과 해골모양들을 쌓아 만든  동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고  시원한 빗줄기 역시 수없이 많은 작은 물방울들로 그려냅니다.
무엇보다 아이와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면 아이는 아빠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족을 위해
어렵고 힘든 일들을 마치고 자신에게 돌아오리란 걸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
또한, 어느 날 문득 아빠라고 불리우게 된 남자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감사를 담은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책을 덮으며 이젠 늙고 말도 안 통해  답답하고 짜증스러웠던 우리 아버지에게 슬그머니 고마운 마음을 떠올릴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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