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는 흔히 문학작품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이미지화를 돕기 위해 책속에 그려 넣은 그림으로 통하며 문학작품속의 상황묘사나 인물의 심리를 판타지로 풀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출판미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삽화가 미술의 독립적인 장르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10여 년간 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해오면서 미술과 출판미술의
경계사이에서 늘 갑갑한 심정으로 작업해 왔다.
그중에서도 국내의 삽화는 출판미술시장에서의 대활약에 비해 가장 저평가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해마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국내외 출판물에서 삽화가 상업적 목적이외의 평가나
독립적 미술로 회자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중적 소통에 중점을 둬야하는 협업작업인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문학작품과 삽화의 조화는 매우 긴밀하다.
삽화의 이미지로 독자는 문학의 생명력을 증폭해서 볼 수 도 있고 복선을 예감 할 수 도 있으나
반대로 상황묘사에 치중한 성의 없는 삽화의 경우 문학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진부한 이미지를 심어주어 문학의 신선도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화가들은 본격적인 자신의 작업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쉽고 현실 여건상(인세 ,작업 기간, 분량 등)
다량제작의 삽화는 작업의 밀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삽화의 수요가 어린이 문학에 치중되어 있어 교육적 검열이 따르게 되고 표현의 제약을 받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대체적으로 삽화는 출판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기에 여타 일러스트레이션, 만화장르와 마찬가지로 전시에 적합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작업한 삽화들은 출판과 동시에 전시를 염두에 두었다.
책의 형식이 아닌 그림자체로서 소통하는 작은 회화로서의 기능이 오히려 문학작품을 상상할 수 있는 역방향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국내에서는 판타지 문학을 만나기 어려워 심상의 풍경을 판타지로 변화시켜 작업해 왔었다.
그것은 나의 삽화가 일정정도 문학과의 거리두기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고
독자들은 문학이 가지는 이미지와는 다른 ,그러나 연계성을 가지고 있는 그림을 페이지 중간 중간에 만나게 되는 것이다.
문학의 소재는 화가 자신만이 만들어내는 개인적 심상을 확장할 수 있는 촉매제이기도 하다.
삽화는 문학의 부수적 역할에서 나아가 그 시대의 정신과 문화를 담아내는 현실적 대중미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