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세움' 추천 소윤경 작가님을 찾아서

1 아이세움에서 함께 작업하신 <신통방통 귀와 코>로 추천을 해주셨어요. 2003년도 출간물이라 꽤 오래전 일이였는데요, 작업하셨을때 어려움이라던가, 기억하고 계시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 정보위주의 책이 아닌 자유로운 형식으로 <아트 사이언스 북>으로 가고 있는 시리즈였고 먼저 작업하신 화가들의 그림이 멋지고 반응도 좋아서 시작했었지요.

글작가, 편집자, 디자이너가 함께 모여 회의를 하면서 신뢰가 느껴져 진행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화가입장에서는 원고의 개념이 강하면 이미지표현이 위축되기 쉽거든요.

사실, 그 부분에서 편집자와 글작가와 화가 사이에 잦은 분쟁이 일어나기 쉬운데 한 방향으로 모두 감을 잡고 잘 진행이 된다는 것은 좋은 책이 만들어지는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로 2004 한국어린이도서일러스트부분특별상을 수상하였고 지금까지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당시 원화가 분실되어 지금까지도 속이 상합니다. 아직 일러스트레이션을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아 원화운반과 보관의 중요성을 명확히 해두지 않고 퀵서비스로 원화를 운반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실수가 생긴 것을 통감했지요. 지금은 출판사와 원화 반환에 대한 조항을 꼭 계약서에 추가약정하고 되도록 안전한 루트로 원화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많은 그림작업을 하셨는데, 본인이 가지고 있는 그림체, 그림성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혹은 프로세스 노하우)?

저는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을 시작하기 전에는 순수미술가였기 때문에 회화적인 색체와 기법에 익숙해 있었고 그로테스크한 작업을 많이 해왔었지요.

그런 면에서 교육과 연관되어 있는 어린이출판미술은 저의 숨통을 막을 때가 많았답니다.교육이라는 것은 참으로 관료적이고 오만한 얼굴을 하고 순수한 영혼들을 짖누르고 있쟎습니까.

저는 어른과 어린이 어느 누구의 입장도 그림에 섞고 싶지 않고 글의 줄거리 이미지를 재현해 내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요. 그림은 화가만이 상상해 낼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 미술가들은 오랜 시간 스스로를 연마해가는 것이므로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을 구지 그릴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늘 출판사와 마찰을 일으키기 쉽상이라 디자인상에서 제거되거나 제지된 이미지가 종종 있었어요.

다행히 수많은 검열을 헤치고 원하는 이미지가 버젓이 출간될 때, 누군가 그 속에서 재밋거리를 찾아내고 키득거릴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종종 꼴라쥬와 드로잉기법을 이용해 현재 인기 있는 연예인이나 유행어를 살짝 집어넣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은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국내인끼리의 교감이라고 생각하죠.

저의 주된 그림성격은 환타지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원고의 내용이 생활동화라고 해도 환타지로 끌어가려고 노력해요.

좋은 환타지 원고가 아직은 많지 않아 작업할 기회가 적은 편이지만 심상의 이미지로도 얼마든지

환타지의 세계로 넘어 갈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껏 작업한 그림들의 색채나 인물들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그려왔지요.

3.그림 작업한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도서가 있다면? (작업하셨던 책 모두를 포함하였을때)

처음으로 글,그림을 모두 작업한 창작 그림책인<내가 기르던 떡붕이-시공사 ,8월출간예정>가 최근작이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기획한지 벌써 이삼년은 되었는데 이제야 출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 제가 기르던 거북이의 얘기인데요, 몇 년전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둔 사이 집을 나간 일이 있었답니다.

동고동락한지 13년째인 가족 같은 녀석이라 엘리베이터에 방을 붙이고서야 이웃분이 자기집으로 들어왔다며 찾아다 주셨죠.그 에피소드에 상상을 붙여 이야기를 구상하고 컬러링을 진행하던 중 저는 경기도의 한 시골로 이사를 했어요. 그런데 제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녀석은 마당을 가로질러 풀숲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지 뭐예요. 조용한 시골동네를 술렁이게 할 만큼 몇 날 며칠을 찾아 헤멨지만 결국 찾지 못했답니다.

그 일로 너무 상심한 나머지 그림책도 중단하고 눈물로 시간을 보내다 최근에야 그림작업을 끝낼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일화인지라 독자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무척 궁금합니다.

4.그림이외에 쉼이 될 만한 다른 여가활동은 무엇이신가요?

일러스트레이터는 혼자 앉아서 집중해야 할 시간이 많은 직업이라 운동부족으로 목과 허리디스크,위장병 등이 생기기 쉽지요.

체력 약해지면 작업을 하기 어려워 지고 정신건강이 나빠지기 때문에 늘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라틴댄스를 좀 배우고 있고 헬스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저도 이십대엔 지나친 예술지상주의로 인해 흡연과 과음, 그리고 올빼미생활을 했고 프랑스 유학 땐 영양결핍과 언어장애 등으로 몸 상태가 아주 엉망이었더랬지요.

시골로 내려온 지 이제 일년이 조금 넘었는데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하고 정원에 나무를 심고 근처의 산골을 탐험하며 보내는 것이 요즘의 즐거운 일상이 되었죠.

새로 배울 것이 너무도 많아졌어요, 가령, 나무이름, 새 이름, 텃밭 채소 가꾸기, 건축 시공에 관한 것들까지요.

저의 세대는 도시에서만 생활한다는 전제하에 교육을 배워온 터라 실제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등한시하는 편이였죠.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아직도 도시를 떠나면 죽는 줄 알아요.

제가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까지 여행을 많이 하며 젊은 시절을 보내왔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십대의 젊은이들이 홀로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성장이란 저렇듯 독립적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얼마 전에는 인도와 네팔의 히말라야를 등반했어요. 되도록 일년에 한번은 장거리 여행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시간과 경제적 여력을 우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여행이란 절실함이 우선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여행의 재미는 반감되고 씀씀이는 커지는 게 맞아요. 어떻게든 여건을 만들어 떠나보시길..

5. 오래간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셨는데 처음과 현재, 달라진 점들이 있나요?

(그림을 보는 관점이라던지,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환경 등)

저 역시 미대을 졸업하고 순수미술 작업을 하며 전시를 준비하고 생활의 방편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시작하려고 했었지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출판사를 돌아다녀보기도 했지만 쉽게 길이 열리지 않더군요. 또 어렵사리 진행한 일은

물감자국을 내지 말라는 둥 비전문인들로부터 훈시을 받는 모욕을 당하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도저히 그 당시로선 이 길이 아니다 싶었지요.

하지만 유학 후 다시 돌아와 보니 국내 어린이 출판물에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더군요. IMF가 오히려 이 분야를 발전시킨 것이고 좋은 일러스트레이터와 그림책들로 활발한 분위기였지요.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시각도 좋아졌고 좀더 새로운 그림들을 찾는 노력도 보였어요.

순수미술 분야의 화가가 아닌 새로운 분야이니 만큼 성실히 작업해 나가려고 했지요.학벌도 나이도 성별도 그다지 차별이 없는 곳이라 아직은 깨끗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직업군에 속하는 지라 출판 시스템에서 제외되기 쉽상이었고 그림만 보내버리고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안일한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출판사에서도 구지 관례적으로 디자인과 출판은 내부에서 알아서 하고 진행을 통고하는 형식이 많았지요.

하지만 화가가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얼마든지 디자인 된 상태를 확인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고 인쇄과정에 참여 할 수 있음을 점차 알아가게 되었지요. 그래서 지금은 열심히 작업한 그림들이 원치 않는 색감이나 디자인으로 나온 뒤 경악하는 일이 다소 줄어 들었어요,

하지만 해외의 그림책을 비교해 보면 국내 일러스트레이션의 발전에 비해 인쇄 기술은 크게 좋아지지 않은 것 같아요.

6. 그림작업을 시작하실때 염두하고 시작하는 그 어떤 것이 있나요?

(작가님만의 좌우명이라든지, 혹은 마감약속이라던지...)

상대적이겠지만 저는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에 비해 원고를 매우 까다롭게 고르는 편입니다.

일단 원고가 어린이 동화라 해도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어야 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리고 작업기간이 느린 편이라 다작을 하지 않고 비슷한 그림이 그려질 것 같은 원고는 제 스스로가

지루해지기 때문에 피하고 있어요.

그리고 되도록 환타지로 해석해서 풀 수 없는 원고는 받지 않는 편입니다.그래서 실상 제가 맡아서 작업하는

책은 많지 않아요.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인데 원치 않게 밀리고 겹쳐지면 죽음이 따로 없죠.

출판사의 출간 일정과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마감은 되도록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작업하면서 염두에 두는 것 중에 하나는 나중에 돌려받은 원화를 전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일러스트레이션은 작은 크기의 그림을 동시에 많이 그려야 하기 때문에 회화에 비해 컬리티가 많이 떨어질 수 있어요.

거기에 마감일정에 쫓기게 되면 무책임한 그림을 남발하기 쉽상이 되기 때문에 그 책을 애써 사주신 독자분들에게 누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어떤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던지 자신의 이름이 남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게 되지요.

7.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무엇인가요?

현재 일러스트레이션이 어린이 출판에만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라 매달 엄청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진 걸로 압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상업적 목적에 부흥해 다양한 시각미술부분이 골고루 발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 역시 어린이 출판미술이나 그림책부분에만 국한된 그림을 그리고 싶진 않거든요. 성인 소설의 기묘한 삽화라던가

표지화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고 일러스트레이션집을 구상해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비록 대중화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도 문화컨턴츠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재밌는 작업들을 만들어 나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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