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세상/ 벌거벗은 임금님 - '벌거벗은 임금님' 현대 버전 2005.07.01_한국일보


웅진주니어 제공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은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어서 그림책도 많다. 그런데 이 그림책(소윤경 그림)은 늘 보던 것과 많이 다르다. 내용은 원작 그대로인데, 그림에는 현대적 풍경이 많이 들어있다. 오토바이, 헬리콥터, 신문, 빌딩, 옥외 전광판이 등장하고 마이클 잭슨도 나온다. 그런 일이 요즘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했나 보다. 그런데 전혀 어리둥절하지 않고 우하하 웃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벌거벗은 임금님은 대체로 뚱뚱하고 우스꽝스런 모습이지만, 여기서는 날씬한 멋쟁이다. 새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임금님이 사는 궁전과 거리도 고풍스럽지 않고 현대적이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다니고, 사기꾼은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나고, 구불구불 재미나게 그린 높은 건물의 옥상 전광판에는 임금님의 새 옷 소재가 안 보이는 신기한 옷감이라고 알리는 뉴스가 떠있다. 새 옷을 자랑하려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행차는 카 퍼레이드다.


임금님이 탄 오픈 카 앞으로 헬멧 차림의 경찰 오토바이들이 나란히 달린다.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 중에는 마이클 잭슨, 마릴린 먼로 같은 외국 스타, 우리나라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 정치인도 끼어있어(그림의 얼굴에 사진을 붙였다) 임금님의 망신은 동화 속 옛이야기가 아닌 최신 국제 뉴스가 되어버렸다. 마지막 장면에는 임금님의 새 옷 소동을 전하는 신문 기사와 이를 보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임금님을 그려넣었다. 원작에는 없는 이야기이지만, 정말 그랬겠다. 얼마나 창피할까.


책의 그림 곳곳에서 만나는 이러한 재치 덕분에 이 오래된 동화는 더 재미있고 현실감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안데르센도 이 그림책을 보면 껄껄 웃지 않을까.


오미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