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행운을 찾아서 2017.02.10_한국일보


이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책의 한가운데 있다. 앞뒤 구분 없이 모두 앞표지로 시작되는 책은 한쪽 표지에 행운씨, 반대편 표지에 불행씨의 여행를 담는다. 살림어린이 제공


행운을 찾아서

세르히오 라이를라 글ㆍ아나 G라르티테기 그림

살림어린이 발행ㆍ42쪽ㆍ1만2,000원


이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책의 한가운데 있다. 앞뒤 구분 없이 모두 앞표지로 시작되는 책은 한쪽 표지에 행운씨, 반대편 표지에 불행씨의 여행를 담는다. 살림어린이 제공

한때 “그래, 결정했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TV 오락 프로그램이 있었다. 운명의 갈림길에서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결말을 맺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했다. 만약에 내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올바른 선택이 가져다 주는 것은 해피엔딩일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선택만이 삶을 결정짓는 것일까? 그게 다일까?

같은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두 남자가 있다. 행운씨는 매사에 느긋하고 긍정적이다. 불행씨는 조급하고 부정적인 성격이다. 둘은 서로를 모른 채 살아가지만 우연히 같은 날 세레레섬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행복씨는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고 그 보답으로 특별하고 즐거운 여행을 선물받는다. 반면 불행씨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허둥대다 고되고 혹독한 여행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같은 목적지로 향하지만 여행을 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작가는 독자의 예상과는 달리 의외의 결말을 보여 준다. 행운씨는 여전히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만들고, 불행씨는 행운이 찾아왔음에도 늘 불만이 가득한 채 뿔이 나있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책의 한가운데 있다. 앞뒤 구분 없이 모두 앞표지이다. 한쪽 표지는 행운씨의, 반대편 표지는 불행씨의 여행이 각각 시작되기 때문이다. 두 이야기는 책의 중간 지점에서 큰 펼침 화면으로 끝을 맺게 된다. 그림 속에서 두 인물 사이의 인과 관계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활기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독자에게 두 가지 색다른 여행을 선사한다.

누군가는 행운씨의 느긋함에, 또 누군가는 불행씨의 강박증에 공감할 것이다. 마음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길은 인생과 닮아 있다. 뜻밖의 행운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닌가 보다.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한탄하기보다는 고단한 시간조차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기꺼이 즐겨 주자. 오늘도 행운씨가 된 당신의 여행은, 삶은 기쁨으로 충만하다.

소윤경 그림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