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찬이가 가르쳐준 것 2016.05.27_한국일보


남들은 무심하게 "무슨 낙으로 사냐"고들 하지만 찬이 가족은 천천히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양철북 제공.


찬이가 가르쳐준 것

허은미 글, 노준구 그림

양철북 발행ㆍ36쪽ㆍ1만원

“나는 왜 이렇게 못생겼어?”, “왜 우리 집은 누구네 집 보다 작아?”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어느 날 부모에게 불쑥 질문을 해온다. 시원한 대답이 힘들다.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성형을 해줘야 할까? 부자부모가 아니라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아이는 자라서 성인이 되면서도 줄곧 이 ‘불공평함’과 고군분투한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비교하며 살아간다. 결국 성공과 행복의 척도는 남과 비교우위를 따져보는 것일지 모른다.

동생 찬이는 뇌병변 장애인이다. 말도 하지 못하며 자신의 힘으로는 걷기도 용변을 보기도 어렵다. 모기에 물려도 긁을 수조차 없다. “저런 아이의 엄마는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 사람들이 혀를 차며 무심코 말한다. 하지만 엄마는 찬이가 아프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림책 ‘찬이가 가르쳐 준 것’은 장애인 가족의 시선으로 본 세상살이 이야기다. 엄마는 찬이를 돌보느라 하루하루가 바쁘고 고단하다. 엄마는 찬이 때문에 눈물도,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엄마는 찬이가 있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세상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누나도 찬이 때문에 배운 것이 있다. 가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사랑은 비교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남들은 무심하게 "무슨 낙으로 사냐"고들 하지만 찬이 가족은 천천히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양철북 제공.

누군가의 성공은 어쩌면 자신의 초라한 삶을 더욱 아프게 비추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타인의 성공이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이미 저만치 앞선 출발점에 서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사람들은 쑥덕거린다. 요샛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말이다. 경제적인 조건은 물론이고, 온전하고 건강한 신체를 가지지 못한 경우라면 그 불공평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언젠가 자신도 사회에서 낙오되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경쟁사회의 원동력은 아닐까? 오늘도 끊임없이 더 높은 위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곁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당신에게 당연한 일이 나에게는 산을 옮기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라미드를 쌓고 죽은 왕들보다 나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이렇게 살아있어 더 강하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 있어 누구보다 행복하다.’

휠체어 탄 찬이가 활짝 웃고 있다.

소윤경 그림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