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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잠시만요 대통령님 2017.09.07_한국일보


탁상공론과 자리싸움으로 가득 찬 대통령 회의는 현실을 꼭 빼닮았다. 그림책 속 대통령은 국민을 지킬 수 있을까? 문학동네 제공


잠시만요 대통령님

제르마노 쥘로, 알베르틴 지음ㆍ정혜경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52쪽ㆍ1만2,800원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갖추게 된 북한을 넋 놓고 바라봐야 하는 국민들은 패닉 상태다. 촛불의 힘을 모아 정권을 바꾸고 희망을 고대하던 날이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았는데 불안한 국제정세가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금 뼈아픈 역사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님을 상기한다.

정전협정이 60년이 넘어 한국에는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이 더 많이 살고 있다. 평소 분단국가라는 상황을 인식하지 않는다. 북한이 같은 민족이니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식도 희박하다. 폭발로 인한 인공지진이 감지되었지만 변함없이 일상은 이어진다. 여전히 휴일을 즐기고, 일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제르마노 쥘로와 알베르틴은 사회와 인생에 대한 고민을 그림책으로 풀어내고 있는 부부작가다.

대통령은 출근하자마자 온갖 업무파일들과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로 분주하다. 경제 위기, 환경오염, 주식 폭락, 실업률 상승... 산적한 문제들이 책상 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대통령은 창백한 얼굴로 책상에 앉아 보고를 받고 있을 뿐이다.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프거나 심각한 문제들은 호수밑바닥에 던져두었다.

장관들과의 미팅도 점입가경이다. 자리 싸움과 제 잇속 차리기에만 바쁘다. 외무부 장관이 이웃한 나라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고 보고한다. 곧이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바로-저-위’ 호수에서 괴물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언론은 뉴스 속보를 전한다. 하지만 자문위원이라는 자들은 대책 없는 탁상공론뿐이다. 그사이 괴물은 전투기를 부수고 도심을 파괴하며 전진해 온다. 대통령은 연단에 나와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식의 형식적인 정부 공식브리핑을 한다.

대통령은 이 모든 문제들을 회피하고만 싶다. 어린아이처럼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걱정을 털어 놓는다. 엄마는 뭐든 잘 될 테니 맛난 저녁이나 먹으러 오라고 한다. 대통령은 퇴근시간에 쫓기듯 엄마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 곳에서 보고로만 들었던 괴물과 조우하게 된다.

위기 앞에 무기력한 대통령, 제 속만 차리는 무능한 참모들, 정권의 꼭두각시인 언론들이 괴물을 키워왔다. 호수 밑바닥에 숨겨놓고 가라앉혀 놓았던 문제들이 10년 동안 괴물로 자랐다. 이제는 괴물을 상대하기 역부족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당면한 심각한 문제를 제 때 해결하지 못하면 역사는 퇴행을 할 수 밖에 없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강대국 사이에서 평온한 일상은 무엇으로 지켜낼 수 있을까?

소윤경 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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