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셀카가 뭐길래! 2017.10.12_한국일보


집과 거리, 바다와 깊은 산속까지 불청객은 불쑥불쑥 끼어든다. 주인공은 자신만의 셀카 찍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모래알 제공


셀카가 뭐길래!

임윤미 지음

모래알 발행ㆍ44쪽ㆍ1만3,000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위협하는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텀블러 등등… 사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화관계망서비스(SNS)들이 전 세계 젊은 유저들을 사로잡기 위해 무한 경쟁 중이다. 스마트폰의 새 기종이 소개 될 때마다 장착된 카메라 사양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SNS에 올릴 사진들의 퀄리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여행, 결혼, 출산 같은 삶의 하이라이트와 온갖 기발한 사건 사고까지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퍼져나간다. 주인공은 물론 나 자신이다. 이제 주인공으로서 외모적 품격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적절한 상황 연출과 이미지 가공이 필요하다.

자 오늘은 어떤 셀카로 팔로워를 만나볼까?

그림책 ‘셀카가 뭐길래!’의 주인공은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달려온 세월의 무게만큼 두둑한 뱃살과 고된 사회생활로 뿌리 뽑힌 머리칼들이 이제 한 줌 정도 밖엔 남지 않았다. 직장인의 바쁜 일상은 주말을 향해 질주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토요일, 주인공은 오롯이 자신만 꽉차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 화장실이나 소파, 부엌 등 집안에서는 번번이 식구들이 방해가 된다. 거리로 나와 봐도 어디나 사람들이다. 배낭을 꾸려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떠나고, 조용한 동굴이나 깊은 산속까지 도망쳐 보아도 헛수고다. 불쑥불쑥 끼어드는 불청객들 때문에 혼자만의 셀카는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산꼭대기 정상에 올라서야 주인공은 드디어 환호한다. 야호! 아무도 없다!

그러나 기발한 방해꾼 때문에 완벽한 순간은 박살 나버린다. 급기야 산에서 굴러 떨어져 조난을 당하고 만다. 주인공은 자신만의 셀카 찍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대인에게 한순간도 혼자 있을 수 없다는 것은 거의 공포에 가깝다. 셀카 찍기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행위이다. 내 삶의 타이틀은 몇 개나 될까? 누군가의 자식이며, 배우자이고 동료이기도 하며 부모가 될 수도 있다.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마땅한 의무와 책임에 쫓기다 보면 퇴색해 가는 자신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된다. 중년의 고비에서 자신의 정체성은 흔들리는 이처럼 위태롭다. 일탈을 꿈꾸며 짧은 순간이나마 틀에 박힌 구도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한번쯤은 SNS상에서라도 누군가에게 통쾌함이거나, 배꼽 잡는 웃음, 따뜻한 공감이 되길 바란다. 함께이거나 다시 홀로. 사람들 사이도 기타 줄처럼 적당한 간격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낸다.

가을이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붉은 단풍아래에서 견고한 고독과 마주 설 시간이다. 이왕이면 젊고 멋지게 셀카 한 장 찍어 올려보자.

그림책 작가 소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