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균형 2016.12.16_한국일보



소년과 소녀가 각각 시소 끝에 섰다. 어른이 되는 일은 동전의 양면 같은 세상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문학동네 제공


균형

유준재 지음

문학동네 발행ㆍ48쪽ㆍ1만4,000원

아기가 이제 막 엄마의 손을 놓고 걸음마를 시작한다. 두려움과 동시에 설렘을 안고 세상을 향해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다. 아기가 걷게 될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양극이 존재한다. 빛과 어둠, 이성과 감성, 사랑과 증오, 강함과 약함, 삶과 죽음…. 한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루어진 세상에서 균형을 잡아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머리에 원뿔을 얹은 소년이 팔을 벌리고 시소 끝에 서있다. 곧 큰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혼자 균형을 잡는 연습 중이다. 온통 신경을 집중하면서 세모, 네모, 원과 사다리에서도 위태롭게 서있다. 마침내 떨리는 마음으로 서커스의 가장 높은 탑에 오른다. 발 밑으로는 수많은 관객들이 숨을 죽이고 소년을 올려다보고 있다. 소년이 힘차게 공중그네를 타기 시작한다.

맞은편에서도 한 소녀가 공중그네를 타고 다가온다. 소년과 소녀는 공중에서 서로 손을 맞잡는다. 이제부터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균형을 맞추는 연습을 시작한다. 둘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더 다채로운 도형들 위에서 함께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 때때로 서로를 탓하며 싸우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절대 눈을 떼지 않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인다.

이제 공연은 막바지로 치닫는다. 시소에 크고 작은 동물들과 서커스 단원들이 하나 둘씩 조심스레 올라간다. 코끼리부터 작은 원숭이, 모양도 크기도 제 각각인 도형들도 별달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로 잡은 손을 놓지 않는 한 균형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커튼이 걷히자 멋지게 완성된 광경이 기다리고 있다.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들리는 듯하다.

모든 작품은 무엇보다 작가자신을 담는다. 그림책도 마찬가지다. 유준재 작가가 인생을 바라보는 철학과 의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소에 올라선 이들은 치우침이 없도록 타인을 배려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내가 떠받쳐야 할 세상이 힘겹지만 나를 떠받치고 있는 더 많은 존재들의 고마움을 결코 잊지 않아야 한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선 이는 저절로 홀로 서있다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그 곳이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맨 아래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에 짓눌린 채 인내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시소에서 내려오고 있다. 세상의 균형을 무시하는 이들을 더 이상 떠받쳐 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균형은 깨지고 피라미드는 무너졌다. 또다시 새롭게 쌓아 가야 할 피라미드에서는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서로를 살피면서 아름다운 균형을 맞춰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소윤경 그림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