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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Sal' Munhakdongne. 2013

레스토랑 Sal

당신의 손에 들린 이 책은 기묘한 레스토랑 Sal의 초대장!

놀랍도록 섬뜩한 이 세계를 천천히 음미하라.

 

속 깊은 그림책

그림책을 보세요. 그림책이 건네는 말은 마음이 듣습니다. 나이와 국적, 인종과 성별에 관계없이 읽는 사람의 마음에 울림이 되는 책이고자 합니다. 당신의 마음에 곧바로 가 닿는 것이 이 책의 꿈입니다.

 

소윤경 글, 그림 | 250×330∣48쪽 | 15800원 | 2013년 4월 20일 출간

“접시 위의 음식들에 대한 미안함과 곤란함이 나를 이 기묘한 레스토랑으로 이끌었나 보다. 다만, 사람들의 사치와 욕심이 지구를 삼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작가의 말

 

화가 소윤경의 놀랍고도 섬뜩한 질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는가

“저는 인간 내면의 잔혹한 심리에 관심이 많아요. 자기 파괴 본능, 가학과 피학의 구도, 육식을 위한 동물공장 등 인간의 일상이라는 표면 밑에 감춰진 잔혹한 세계를 표현하고 싶어요. 그것은 기묘한 판타지로 표현되지요.”

― 작가의 인터뷰 중 (『오늘의 일러스트』중에서)

강렬한 색감과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화가 소윤경이 자신의 세계관과 비판정신을 담아 그림책『레스토랑 Sal』을 펴냈다. 소윤경은 인간의 위선과 부조리, 폭력성, 문명에의 비판 등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작품을 그려 왔다. 그중에서도 이번 그림책은 그의 목소리를 가장 잘 집약하여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여 살펴볼 만하다. 이 그림책은 기묘한 레스토랑 Sal에서 온 초대장이자 우리가 사는 세계를 되비추는 하나의 거울이다. 때문에 소윤경이 던지는 질문, 즉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디에서 왔는가, 먹는다면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기묘한 레스토랑 Sal에 초대받은 당신, 이상한 나라의 식탁에 앉다

요리에 알맞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레스토랑 sal은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습니다. …… 모든 과정이 완벽합니다.

붉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로 화려한 건물들이 보인다. 차창 밖 풍경에 아이는 금세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희 레스토랑을 찾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수많은 요리사들과 스태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이곳은 최고급 레스토랑 Sal. 아이의 엄마는 레스토랑 Sal의 스타 셰프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를 보고 서둘러 이곳에 왔다. 이미 레스토랑 Sal의 넓은 홀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자신의 가치와 품격이 달라진다고 믿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시계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 가게 된 앨리스처럼, 아이는 벽 틈에 몸통이 낀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해 주려다 미지의 공간으로 굴러 들어가게 된다. 아이가 다다른 곳은 레스토랑 Sal의 주방과 이어진 은밀한 공간. 용도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수조와 탱크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고, 파이프와 전선들이 이리저리 얽혀 연결되어 있다. 어두컴컴한 공장을 지나 살짝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선 아이는 층층이 쌓인 철장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게 된다. 철장 속 동물들은 하나같이 절규하듯 비명을 지르거나 이미 죽음 가까이에 놓인 듯 축 늘어져 있다. 아이는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고양이를 따라가다 이내 섬뜩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요리사가 새끼 고양이를 한 손에 들고서 커다랗고 날카로운 주삿바늘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이 길러 낸 식탁 위 프랑켄슈타인들, 우리의 살이 되다

 

레스토랑 Sal의 소스와 향신료는 철저한 보안과 관리 시스템으로 완벽하게 보관되고 있습니다. 행복한 재료들이 최상의 맛을 내는 법이지요.

스테이크, 치킨, 햄버거, 달걀프라이, 참치 샌드위치…….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다시 말하자면, 돼지, 소, 닭 등 가축들은 어떻게 길러지고 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르는 것일까?

인간은 평생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고 마시며 살아간다. 음식은 단순히 식량으로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정체성을 대표하기도 한다. 때문에 음식에 대하여,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가지는 질문 속에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까지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어 온 당신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펼쳐 앞서 이야기한 질문들을 가져봄직 하다.

우리는 더 값싸고 더 많은 양의 고기를 얻기 위해 공장식 축산업을 시작했다. 편의와 필요에 의해 유전자 공학 기술로 동물들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동물들에게 항균제와 같은 인공적인 약품을 무차별적으로 먹이기도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거나 알기를 거부하며 눈을 감거나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더욱 중요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가치들, 즉 동물의 고통, 인간의 질병, 환경 파괴 등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쉽게 넘어가거나 무시해 버린다. 평생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병에 찌들고 엄청난 양의 항생제를 투여 받은 동물들이 매일같이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는 사실도 끔찍하지만, 더욱 무섭고 소름끼치는 것은 무심한 인간의 탐욕과 폭력 그 자체가 아닐까.

작가 소윤경은 그림책『레스토랑 Sal』을 통해 인간의 허영과 탐욕으로 인해 생긴 그늘진 자리를 응시한다. 풍족하고 화려한 삶에 눈먼 채 인간들이 계속해서 쾌락만을 좇는다면, 언젠가는 인간들 또한 신음을 내며 죽어가는 존재가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림책『레스토랑 Sal』은 짧지만 강렬하게 이 모든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당신이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섬뜩함에 휩싸인다면 그것은, 이상한 나라의 식탁이라고 생각했던 레스토랑 Sal의 풍경이 오늘 아침 당신이 앉았던 식탁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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