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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윤경 환상화첩 展 (2015.06.03 - 06.09)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에 이제 막 도착한 노병이 협곡 아래를 굽어본다. 오랜 여행의 종착지이자, 유토피아에 마침내 발을 내 디딘 것이다. 기나 긴 전쟁 끝에 살아남은 노병의 몸은 상처와 먼지투성이다. 문득, 그가 배낭에서 자신의 낡은 화첩을 꺼내 펼쳐 놓는다. 화첩은 전쟁 속에서 그가 직접 그리고 써내려 간 어린 병사들에 관한 기록이다. 부상당한 소녀가 메뚜기의 등에 업혀있다. 날개가 부러진 박쥐를 힘겹게 부축해 일어서는 병사도 보인다. 사춘기 소녀의 머리를 잘라주는 늙은 도마뱀과 서로의 손을 맞잡은 쥐와 소녀의 모습의 그림도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제스처에는 관계의 내러티브가 담겨 있다. 그림 속 주인공들에게는 서로가 헌신적 가족이자 동료이다. 그러나 결코 생태적으로 만들어진 가족이 아니다. 그들은 피폐해진 미래사회에 남겨진 새로운 생명체의 조합들이다. 전쟁은 숙명이지만 파멸한 세계 속에서도 인간은 희망을 꿈꾼다. 대부분의 포유류가 멸종해 버린 미래세계, 인류는 인간의 지성과 육체로 대등하게 변형 된 곤충과 파충류, 몇 종의 해양생명체에 의지해 새로운 세대를 이어 나간다. 식량난과 자원부족으로 국지적인 크고 작은 전쟁들은 끊이질 않는다. 어린 병사들은 배우고 보호해 줄 어른들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서로를 의지해 전쟁 속에서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한다. 디스토피아에 남겨진 이들은 낡고 부자연스런 옷과 신발을

6.그림책의 홀로서기-독립출판 그림책

월간 <어린이와 문학> 소윤경의 그림책읽기(2015년 5월호) 요즘 출판계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지만, 독립 출판에 대한 작가와 독자들의 관심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해마다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전시 ‘어바웃 북스(ABOUT BOOKS)’나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에서는 재기 발랄한 독립 출판물을 관람하고 구매할 수 있다. ‘유어 마인드(YOUR MIND)’, ‘헬로 인디북스’, ‘더 북 소사어티(The Book Society)’, ‘가가린(Gagarin)’ 등 소규모 독립 출판 서적만을 전문으로 하는 서점들도 유지되고 있다. 그림책 전문 서점도 늘어가고 있다. ‘책방 피노키오’, ‘베로니카 이펙트(Veronica Effect)’ 같이 예술적인 수입 그림책과 국내 독립 출판 그림책을 판매하는 곳이 조금씩 생겨가는 것은 독자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서점 주인의 취향이나 안목에 의해 선별된 그림책들이 판매되고 있는 소규모의 서점들은 그림책이 예술적 장르로서 자리매김하고 다양한 실험적 작품들로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독립 출판물은 기존의 책들과 달리, 차별화된 디자인과 내용들을 담고 있어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다. 마치 자본력을 앞세워 유행에 충실하게 만든 대중음악에 반해, 홍대 앞을 중심으로 인디밴드들이 클럽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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