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윤경
So Yun-Kyoung
Ghost Game
Salim. 2014
출판사 서평
교실 안을 부유하는 유령 같은 존재 서준이
서준이와 진짜 유령 재희가 몸을 바꿨다.
진짜 ‘유령 놀이’는 이제 시작이다
집단 따돌림, 즉 왕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왕따 현상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이래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는 왕따 현상 척결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수많은 대처방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따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교묘하게 모습을 바꾸며 진화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 『유령 놀이』의 주인공, 서준이가 있다. 서준이는 참 ‘착한’ 아이다. 심부름을 잘하고, 장난감은 늘 친구들에게 양보하고, 길거리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치약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도 자기가 먹으면 그만이다. 친구들이 괜찮다면 서준이도 괜찮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친구들은 서준이에게 “괜찮다.”라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 민기가 시작한 ‘유령 놀이’에서 서준이가 ‘착한’ 유령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민기는 유령으로 지목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해도 모른척하기로 규칙을 정한다. 하지만 유령으로 지목된 서준이는 민기처럼 친구들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책을 던지는 유령 행세를 하지 못한다. ‘착한’ 유령 서준이는 그저 삐죽 나와 있는 의자를 안으로 넣어주거나, 칠판을 지우고, 친구의 어깨에 붙어있는 보풀을 떼어줄 뿐이다. ‘착하지만, 답답하고 바보 같은 그래서 친하게 지내기는 싫은 아이’ 서준이는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애처롭게 부유하는 유령 같은 존재로 전락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 위태롭게 선 아이들,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공부를 잘하였지만 목표하는 곳에서 점점 미끄러지는 좌절 속에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재희는 유령이 되어 하늘나라를 갈 날을 기다리다 서준이를 만난다. 몸을 바꾸자는 제안이 황당하고 기가 막히지만 학교에서 유령 같은 존재가 되어 죽고 싶을 만큼 막다른 곳까지 몰린 애처로운 서준이의 간절한 부탁에 재희는 방법을 찾아내 몸을 바꾸어 대신 서준이가 된다. 대신 서준이가 된 재희는 서준이를 괴롭혔던 아이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죽은 후 가족들의 모습이 궁금해 엄마를 보러 진짜 자기 집 앞에서 서성인다. 서성이기만 하고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존재. 그리고 상처받은 엄마와 마주한 재희의 슬픔과 후회. 아들을 되새김 밖에 할 수 없는 엄마의 절절한 슬픔과, 그 모습에서 그제서야 깨닫게 되는, 여전히 여리고 작은 어린 아이였던 재희의 진한 후회가 아주 자그마한 코팅 된 네 잎 토끼풀 속에 깊이 간직된다. ‘조금만 더 이야기를 들어주었더라면’,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뒤통수 따끔한 교훈이 네 잎 토끼풀과 함께 마음 속 깊이 새겨진다.
왕따를 당하거나 왕따 하거나,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가장 어두운 현실을 리얼하게 풀어낸 화제작!
『유령 놀이』는 친구를 괴롭히는 일을 마치 놀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하는 현대 어린이의 실상을 세련된 기교와 안정된 문장, 치밀한 구성으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기, 소영, 서준, 재희, 네 어린이의 시점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관찰자와 방관자 등의 내밀한 심리를 능란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특히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재희의 후회와 아픔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이처럼 왕따 현상을 심도 있고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은 흔하지 않다. 그렇더라도 우리 어린이 사회에서 이제는 왕따 현상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이런 소재의 작품이 필요 없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_ 제4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제4회 살림어린이 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으며 주목 받은 작가 서화교는 ‘왕따’와 ‘자살’이라는 대한민국 교육계의 가장 어두운 현실을 두 아이들을 통해 능수능란하게 엮으면서, 문제제기와 해결방법까지 명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내어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열렬한 호평을 받았다. 왕따로 상처받고 유령세계로 간 서준이를 되돌아오게 하려고 유령 세계로 뛰어드는 친구들을 통해 왕따 문제의 해결은 진정한 우정과 관심이라는 것을, 자살하여 유령이 된 재희가 엄마를 만나고 깊이 후회하는 가슴 아픈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자살을 방지하는 것은 사랑과 이해와 소통이라는 것을, 두 아이가 서로에게 힘을 북돋워주고 다시 희망을 얻는 모습을 통해 어두운 현실이지만 극복하고 해결하여 더 나은 학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심사평의 말처럼,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문제들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이런 소재의 작품이 등장하지 않을 때까지 이 『유령 놀이』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반성과 희망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