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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ce of  Eternity
SOYUNGYOUNG & ANDROMEDA
2020

영원의 얼굴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의 다양한 성품과 마음속 고민들은 비슷한 것 같다. 전래이야기 속 인물들에게서 오늘날 우리들과 다르지 않은 문제들로 번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젊음과 미모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춘향, 낙천적이지만 의존적이고 의지 박약한 흥부, 부모의 인정을 갈망하는 홍길동,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 허망한 노년의 옹고집..

지금을 살아가는 무심한 얼굴들 속에는 옛 선조들의 뜨거웠던 삶의 지층이 켜켜이 쌓여 있다. 거울에 비춰지는 당신은 영원의 시간 속을 지켜내 온 강인하고 아름다운 얼굴이다.

-작가노트

전래이야기 속에 나타난 인물들은 그 시대적인 전형성을 가진다. 이야기의 창작자들은 그 시대의 대표적인 특징을 가진 계급들 중에서 이야기의 인물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전 소설과 전래이야기로 창작되어 현재의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처럼 당대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었다. 이 초현실적 리얼리즘의 인물들은 당대 대중문화예술의 산물이었다.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었으며, 생명체처럼 대중들 속에서 살아 숨쉬었다. 왜냐하면 주인공들과 등장인물들의 처지와 삶이 대중들 자신들과 다르지 않았으며, 그들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가 일상 속 현실에서 일어나는 실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는 잠시나마 고단한 일상을 떠나서 위로 받고,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들과 함께하면 신분을 뛰어넘을 수 있었고, 불가능한 초능력을 가질 수도 있었으며, 삶과 죽음을 초월해 인간과 신의 경계를 넘나들 수도 있었다. 감히 이상향과 피안을 꿈꾸게 해주는 선물 같은 존재들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전래이야기들 속 인물들의 내면적, 정신적인 상태는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허구로 만들어낸 인물일지는 몰라도 실존했던 과거의 인물들을 토대로 지은이가 창조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정신적 분열과 정서적인 고통을 겪고 있었을까? 과연 그들을 오늘날의 현재로 데려온다면 어떤 정신분석학적인 소견들이 있을까? 그래서 그들을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보려고 한다. 정신분석적인 치료의 목표는 환자 당사자의 원시적이고 카오스적인 부분까지도 접근하는 일이다. 또한, 환자 본인이 자신에 대해 동정심을 갖게 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하고자 함이다. 오래된 내적인 상처를 찾아내고 드러내서 치료함으로써 정신적 해방감을 확장시키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이 치료법이 자기혐오에 빠질 수 있는 원초적인 욕망을 제거하거나 사회적인 금기를 상기시켜 스스로 죄의식에 빠지게 함으로써 단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감추어지고 억눌린 욕망들이 질병이 되고 장애가 되어 한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고 절망하게 한 것은 시대적인, 사회구조적인 문제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하는 발전소이며,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열차 같은 존재이다. 이 본능이 효율적인 통제권 안에 있을 땐 그 어떤 에너지 동력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인간은 위대한 성취를 이루어 내기도 했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은 깊은 절망의 심연 속에서 뚫고 나온 내면적 상처를 가진 케이스가 많았다. 이 억압된 에너지들이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시켰을때 인류의 미래를 뒤바꿀 수도 있는 “초인”인적인 에너지가 발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욕망의 전차가 궤도를 어긋나 폭주 할 때이다. 갈등과 폭력, 전쟁, 기아, . . . 모두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이 시대에도 춘향이의 욕망이 있고, 심청이의 한이 있다. 흥부의 나태함과 옹고집의 억울함이 있다. 그들을 현대적인 정식분석학적인 접근을 통해 이 시대에 다시 살려내고자 했다. 시대를 관통하는 인물의 재해석을 통해 오늘날 우리시대의 자화상으로 대중들에게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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